예비군 다녀온 이야기. 밀리터리

새벽에 쓰다 Ctrl+W의 저주로 날려버린 예비군훈련 이야기를 다시 씁니다.

잡담:밀리터어리 정보의 비율은 약 7:3 정도니, 독자 제위께서는 소생의 졸문을 일독할지 군사정보 대목만 약독할지, 혹 아예 읽지 아니하실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시간소모를 위한 소일거리에 가까운 글이기도 해, 쓸데없이 길어질 예정입니다.

1. 예비군 훈련을 가니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줍디다? 근데 이게 물건이데요.

대강의 설명을 듣고보니, 뭐 이거저거 집어넣어, 예비군 훈련 인원의 통제 및 기록이나 건강 상태 파악 등등을 하는 기기라고 합니다.

G-SHOCK같은 Rigid, Rugged, or Solid 듸쟈-인의 이-일렠트뤼-ㅋ 워-치이고, 커을뤄는 미묘하게 채도가 낮은 녹색을 바탕으로 하는 위장패턴입니다(제대로 된 픽셀 패턴은 아님). 문장이 개판이죠. 써놓은 내가 봐도 병맛이네요. 걍 심심해서 해봤는데, 재치가 부족한 찐따라 재미도 없네.

형상을 간단히 묘사하자면, 픽셀 우드랜드 색상의 G-SHOCK G9000 머드맨 시계(실존 여부는 모르지만 비유)에 불바를 끼운 느낌입니다. 액정은 흑백픽셀 OLED라 화면이 꺼지면 스마트워치스럽기도 합니다. 시계를 보거나 각 기능을 조작하면 일시적으로 켜집니다.

뭐 말로만 해봤자 이게 뭔 흰소리여, 하실테니 제조사 홈페이지를 링크해드리져. Product 메뉴를 클릭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링크.

기능 측면을 살펴보자면… 가장 기본이 되는 시계기능은 물론이요, 스톱 워치, 진동 알람 기능, 착용자의 피부 온도 측정, 맥박 측정, 대기압 측정, 도보 수와 이동거리 계산, 오전/오후/야간 시간대 별 소모 칼로리 추산과 평균 체온-맥박수 산정… 등이 있었습니다. 어메이징하죠잉.

왼쪽에는 얼추 8, 9, 10시 3방향으로 배열된 버튼들이 있고 오른쪽에는 SOS라 적힌 빨간 버튼이 있습니다. 아마 긴급상황(응급환자 혹은 사고 발생, 추노예비군 발생… 등?)에 통제실에 알릴 수 있는 기능인 듯 한데… 직접 눌러보는 건 아무래도 역시 좀 거시기한 일이고, 교관 및 조교에게 질문하는 것도 잊어버려서 어떤 기능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거기다 NFC 기능도 있어서, 입소시 훈련 인원 1인당 기기를 지급할 때나, 훈련 참가시에 리더기에 태그를 해 참가 여부 등을 기록하게 되어있습니다. 분대 10명 전원이 태그하는 건 아니고, 분대별로 분대장 1명만 태그해 기록하는 식의 합리적 운용법을 쓰시더군요.

간단하게 총평하자면… '우오오오 내가 과자랑 술, 치킨 사서 쿰척댈 때 낸 부가세가 올바로 쓰이고 있구느아아아아! 국군뽕에 취한드앗!' 입니다.

완전무결한 물건은 좀처럼 없는 법이라, 색상이나 세부 디테일, 버튼 조작감, 우레탄 밴드의 착용감(뭐 이건 어떤 소재건 손목시계의 숙명이지만), 소프트웨어적 문제 등 몇가지 옥의 티만 제외하면 아주 훌륭합니다. 소프트웨어 문제는 펌웨어 업데이트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으니 문제도 안 되겠죠.

이 회사가 이 디자인과 기능을 조오오금만 손보고 핏빗같은 민수용 스마트 밴드로 내놓는다면 하나 살텐데… 라고 생각했는데,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이 군용 스마트 밴드 기술을 써서 민수용 아웃도어 워치를 내놓는다는군요. 아직 사진도 올라오지 않고 개발중이라는 사실만 간단히 써있지만 기대만빵… 허엌허엌! 넘나 좋은 것!

그리고 이거 제조·납품한 회사에 대해 찾아봤는데, 이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가 좀 있더군요.

이 회사는 예비군용 웨어러블 디바이스 뿐 아니라, 육군훈련소에서 훈련병 관리를 위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도 개발·납품했다고 합니다. 근데 당시에는 군용이라 디자인에 썩 신경쓰지 않고 러기드한 디자인으로 완성했다고 하는군요. 어떻게 생겼는지는 뉴스 보도 찾아보시면… 그랬었는데, 한 은행이 주관한 스타트업 업체 행사에서 다른 디자인 업체 대표와 만나게 되어서 협업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온 게 제가 썼던 예비군용 웨어러블 기기라는군요.

뭐 저는 육군훈련소용 스마트 밴드의 러기드-밀리터리쉬한 디자인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일반적 기준에서 보면 예비군용 스마트 밴드 쪽이 좀 더 세련된 디자인이죠.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어서 아웃도어 스마트 밴드를 만들어주세여 헠헠헠. 핏빗 사려고 생각했는데, 이게 나온다면 그쪽으로 선회하려고요. 성능이 핏빗에 비해 많이 꿀리지 않는다면, 말이지만용.

2. 예비군 훈련도 일단 훈련은 훈련이라, 체력 소모가 심하데요.

며칠간 가벼운 몸살끼가 떠나질 않던데, 이 날 훈련 뛰다가 터짐… 저는 가끔 컨디션이 안 좋은데 짧은 시간에 갑자기 무리하면, 어지럽고 시야가 어두워지거나 빛이 번쩍거리고(저산소증인 거 같기도 함), 속도 답답하고, 구토감도 들고, 겉으로 보면 안색이 시체같아지고(다른 사람들 평) 그럴 때가 있는데, 그게 이 날 뙇…

중간중간 쉬었으면 모를까 조기퇴소의 일념 하에, 분대원 전원이 일사분란하고 용맹하게 훈련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덕에 두번째 훈련 받고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더라고요. 뭐 쓰러지거나 하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교관님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나머지 분대원부터 출발시키고 따라가겠다고 했습니다. 근데 무리하지는 말라고 하시면서 차량을 불러서 태워주시더군요. 뭐 근처에 운행할 일이 있었던 거 같은데, 어쨌든 염치불구하고 얻어타서 다음 훈련장으로 갔지요.

아 그 교관님 성함이라도 제대로 기억해두고 민원으로 감사 인사라도 전해야되는데 이름을 기억을 못 해서… 으음. 시간이랑 훈련장소는 기억을 하니 그거로라도 얘기를 해드려야하나.

하여간… 운동 잠시 쉬었는데 이 꼴이 나는군요. 몸집같은 건 그대론데(살은 좀 붙었지만) 지구력 쪽이 결딴이 나버렸네요. 에휴… 아마 살이 붙어서 체중이 늘어버린 영향도 있겠지만, 어쨌건 운동을 다시 하긴 해야겠다, 싶어요.

일단 조금은 더 쉬다가. 흐헤헤헤.

3. 아까 말했듯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이동 거리나 칼로리 소모가 표시되는데, 끝날 때 총합해보니 오전 오후 7km 정도 걷거나 뛰고, 칼로리는 350kcal 정도가 빠졌더라고요. 허미…

뭐 결국 걷기 운동이니 일고여덟시간동안 걸어도 트레드밀 1시간 뛰는 것보다 못하니… 역시 걷기보단 가볍게 달리는 게 진리인 듯. 뭐 무릎 관절같은 문제도 있으니 무조건 최고는 아니겠습니다마는.

4. 특기할만한 훈련 과정으로는 오후에 있었던 모의 시가전이 있는데, 이거 진짜 재밌더라고요?

MILES, 그러니까 KCTC에서 쓴다는 그 공포탄 반동을 이용하는 타입은 아니고, M16A1 공총의 방아쇠에다 부품을 끼워 방아쇠 압력을 감지하고 적외선을 발사하는 물건이더군요. 다만 그 부품이 좀 커서 방아쇠울의 공간이 좁아졌다는 게 좀 불편했습니다. 훈련 때 쓰려고 메카닉스 웨어 장갑을 가져가서 착용했는데, 이게 그리 두꺼운 게 아닌데도 약간 아슬아슬하게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 처음에는 핑거 세이프티 지키면서 실전 흉내 좀 냈는데, 이게 급작사격시에 손가락이 제대로 들어가질 않아서 두번째부터는 핑거 세이프티 포기하고 방아쇠에 손가락 걸고 방아쇠에 닿지 않게 앞으로 밀어둔 상태로 이동하다가 사격했습니다.

KCTC의 장비와는 다르게 사격시 반동이 없고, 사망하거나 상대를 맞히거나 사살할 때마일즈 조끼의 진동부가 울려서 알려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마일즈는 실물 전시는 보았어도 실 사용은 처음이라 신기하고 재밌더군요.

훈련 자체도 괜찮았습니다. 이것도 조기퇴소에 들어가는 것이다보니 다들 전의를 불태우며 용진 또 용진~ 적극적으로 교전에 임했습니다. 저도 로우 레디 로우 자세에, 전술 교관들처럼 자세 취하고 군에서 배우거나 국방TV 전술 인스트럭션 방송이나 유튜브 등등에서 얻은 전술, 즉석에서 만든 수신호도(건물 안에 둘 확인함, 앞으로 진입하고 내가 옆을 친다 같은) 응용해보며 어설프나마 CQB 흉내도 좀 내보았습니다… 마는, 시작하자마자 1점도 올리지 못하고 사망. 껠껠껠! 이런 머저리같으니!

적 분대와 조우해서, 적이 자리를 잡은 건물을 우회기동해서 문을 열고 급습했는데, 분명 상대 반응 이전에 먼저 쏜 듯 한데 진동도 울리지 않고 사격도 제대로 되는 거 같질 않아서 잠시 엄폐하고 상완부의 단말기를 확인해보니 사 망이라는 단어가 뚜렷하게 떠있습디다. 아마 그 이전에 죽어버린 모양입니다.

어처구니 없긴 했는데 룰은 룰이라 지시받은 대로 일단 총기를 머리 위로 들고 분대 진지로 복귀, 조교에게 물어봤지요. 조교군이 단말을 조작하더니 XX번 총기에게 사망한 게 맞다고 알려주더군요. 엥이…

나중에는 아쉽고 억울하고, 또 재미삼아 결과지를 프린트해줄 수 있냐 해서 받아왔는데… 이거 때문에 분대에서 약간 뒤쳐저서 분대원들이 수 분 정도 교관에게 붙잡혀있는 불상사가… 트롤이라 미안하다아아아아아♂! 한 분대원은 아 그놈의 결과지가 뭐가 중요해여! 하며 가벼운 핀잔도(웃으면서) 주더라구요. 힝… 미안해용…

근데 이 결과지가 양 분대 전원의 번호와 실적이 적힌 거라, 다들 돌려가며 읽으며 사후 강평 비슷한 걸 했습니다. 다들 재밌게 읽더군요. 저한테 살짝 핀잔 주던 분대원도 보더군요. 헤헤헤.

좌우간, 결과지에 따르면 저는 0점으로 사망. 나머지 분대원들은 제법 준수한 편이고 두 명이 저처럼 0점으로 사망했는데… 문제는 이 둘 중 한명이 팀킬로 죽었다는 겁니다.

표를 보니 아군 사살로 -10점을 받아 다른 걸로 득점을 하고도 총점은 -점수인 분대원이 있었는데, 이 분이 저 둘 중 하나를 실수로 죽이신 듯. 저는 상대 분대의 XX번에 사망한 거라 아니고.

뭐 좌우지간, 점수나 적극적 전투 참여 등으로 이것도 합격하고 조기퇴소를 하게 되었지요. 히힠! 힠!

아, 진짜 재미있었습니다. 솔직히 이런 거 돈 주고 하라고 해도 사람 모아서 해보고 싶을 정도로. 장비의 실물 재현성이나 현장감 등에서는 실전은 물론이고 공포탄 마일즈보다는 덜했지만 아주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나중에 훈련 가면 이걸 교훈으로 다시 잘 해봐야지요. 장갑은… 핑거리스를 쓰던가 검지 부분을 잘라두던가 해야겠고, 니 패드나 엘보 패드도 챙겨볼까요?

5. 식사는 제법 괜찮았습니다. 주변 도시락 가게나 업체를 통해 도시락을 먹었는데, 메뉴도 괜찮고 질도 썩 좋더군요. 제가 군것질거리에 정신 못 차리고 입이 짧기는 해도, 일반적인 밥에는 관대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주된 반찬이나 국, 곁가지로 나오는 후식이나 김 등등 제법 충실하더군요.

식사하고 나가면서 식당 벽에 식단 평가 화이트보드가 있길래, 만족 쪽에다가 자석 하나 붙이고 나왔습니다. 근데 다른 사람들은 관심이 없는지 제가 첫빠따로 붙인 거더군요. 허허허 왜 이리 관심들이 없으실까…

식사 후에 PX를 잠시 들렀는데 당연하지만 인산인해, 줄이 마일 트레인 뺨칩디다. 거기다 이용객은 많은데 POS기는 하나, 관리병은 둘 뿐이라 줄이 빠지는 것도 세월아 네월아… 뭐 사람이 많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덥고 불편하더라고요.

하도 오래 서있어서 '아따 거 엄청 오래 걸리네… 뭐 PX에서 살림살이 차려서 나오시나…'하고 투덜투덜했는데, 직후에 한 예비군이 사람 몸통만큼 크으음지막한 상자를 들고 나오더군요. 그거 보고 같은 분대원+다른 분대 예비역이랑 같이 웃음 터짐. 왘 진짜 살림을 차려서 나오시넼! 알고보니 홍삼음료 세트더군요.

거기다 막상 들어가보니, 선발대에게 이미 다 털릴대로 털려서 라보떼같은 꿀간식은 전멸… 오후 정훈교육 시간에 졸지 않으려고 커피랑 식후 음료용으로 콜라 하나 사고 끝냈습니다.

사실 PX에 들어가면 예전에 복지단 마트에서 팔던 루미녹스 시계나 하나 살까 했는데, 없다더군요. 에이… 단백질 보충제같은 식품 외 물품이나 화장품같은 물건들도 있으면 좀 사볼까 했는데 없고요. 아까 다른 예비군이 들고갔던 홍삼음료가 하나 남았는데, 가격도 싼 편이라(사제 마트 가격의 75% 수준) 잠시 관심히 동했지만… 다시 생각하니 저 큰 걸 오후 훈련 내내 옆구리에 끼고서 돌아다니는 수치를 감당할 용기가 없어 포기.

뭐 좀 아쉽긴 한데, 대신 사다달라고 부탁할 현역 지인이나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니 다음에 다른 예비군 훈련장에 가게 되면 그 때 다시 시도해봐야겠지요.

그때는 아예 장바구니나 더플백을 접어서 들고갈까봐요.

6. 당연하지만 핸드폰은 금지인데, 다들 몰래몰래 시계를 보거나 문자를 확인하는게 보이더군요. 뭐… 준법정신, 군인정신에 입각하여 생각한다면 보는 즉시 고발해서 군율과 정보 보안을 바로세워야! …하겠지만, 당연히 융통성 없는 짓이기도 하고 괜히 남한테 원한 살 일이기도 하고, 고발해봤자 크게 득이 되거나 고발하지 않아도 크게 실이 있는 것 같지는 않으니 굳이 신경쓰지 않았지요.

저는 뭐 바른생활 사나이, 로- 어바이딩 씨티즈-은을 생활의 롤 모델로 삼은 사람이라서 그냥 집어넣고 다시는 꺼내지 않았습니다마는. 괜히 책잡힐 거리를 만들지 않는 게 좋지요.

근데 핸드폰은 둘째치고 쓰레기같은 매너들이 안 좋은 건… 뭐 조교들이 치우긴 하는데 후배들 고생할 거 같아서 왠지 내가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재활용품 쓰레기통을 털어서 정리한다던가 하는 건 못 했어도, 쓰레기통 주변에 떨어진 종이컵이나 쓰레기 정도는 살짝 정리하고 했지여.

7. 생각해보면 이 예비군 조교들도 참 힘든 보직인 거 같아요.

조교로 나서서 뭐 설명하거나 안내역을 하고 있으면, 그 날 입소한 예비군 대여섯에 한 명씩은 똑같은 질문하고 길 물어보고, 언제 전역하니 하고 물어보고, 나쁘게는 말을 안 듣는 등등… 귀찮게 할테니까요.

뭐 다른 곳에서 복무하는 현역병 사회복무요원 등등 군종이나 보직 군사특기를 가리지 않고 다들 힘든 거겠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쩝.

8. 분대원들은 다들 괜찮은 사람이더군요. 아 시불 조교야 나 힘들어 못해~ 같은 트롤러나 나무늘보스런 양반은 없었습니다.

다들 조기퇴소의 욕망에 불타 적극적으로 돌진, 결국 개인 평가에서 합격하지 못한 두엇을 빼고 전원 조기퇴소.

다음에도 이런 우수한 조원과 함께하길 바랄 뿐입니다.

9. 예비군 훈련을 학수고대하게 만드는 사격… 이번에는 실사격과 영상모의사격 양 쪽을 다 진행했지요.

실사격은 다섯발 뿐이었지만, 그래도 간만에 초연의 매캐하면서 달달한 냄새를 맡으니 좋습디다. 트리거 해피… 굳이 ~philia 식으로 단어를 꾸며서 말하자면, 스콜페토필리아(Scolpetophilia)에 가까운 본인으로서는 즐거웠지요.

뭐 다섯발 뿐이라는 게 정말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작년 영상모의사격같은 것만 하는 것보다는…

예비군훈련에서 사격할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 사격만 시켜주면 국방성금이건 부대운영비건 기부(물론 액수는 적당히 맞게)라도 할텐데. 총기수입까지 시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네, 물론 밀따-쿠의 실없는 망상, 농담에 불과합니다. 허허허허.

10. 근데 현역부터 지금까지 소총을 사격할 때마다 느끼는 겁니다만… 저는 왜 이렇게 헬멧을 쓰고 엎드려 쏴 하는 게 불편한지 모르겠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조준이 힘들 정도로, 헬멧의 앞쪽 테두리가 가늠자울을 내리눌러서 가늠자를 들여다보려고 해도 들여다볼 수가 없습니다…!

부유대를 조절해 헬멧과 머리 사이의 공간을 좀 늘리고, 모지대를 조절해 뒤통수를 딱 붙잡게 만들면 그나마 낫지만, 이게 FM에서는 하면 안 된다면서요? 헬멧이 위로 올라감으로서 두부·안면부의 폭로면적이 넓어지는 결과가 나온다고… 그렇게 들었거든요. 비전투병으로 근무하느라 FM을 직접 보진 못 했지만.

물론 현역도 아니고, 예비군 훈련에 불과한 사격이니 이런 문제는 그닥 크지 않겠지만… 불편하고 찜찜하거든요.

제 두상이나 얼굴 구조가 눈이 너무 높게 올라가있는 모양인가… 전 분명 호모 사피엔스인데 왜 다른 사람처럼 안 될까요. 스타로드마냥 외계인 자식인 것도 아닌데…

그리고 뺨을 붙이는 접용점도 좀 미묘합니다. 광대뼈때문인지 M16에는 엎드려 쏴 자세를 취할 때 진짜 볼을 개머리판에 밀어붙이듯이 눌러야 겨우 가늠자를 들여다보고 조준선정렬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조준선 정렬을 유지하며 표적 정렬까지 해야… 으아아아 이놈의 저주받은 몸뚱이는 왜 이러는 것이냐!

뭐 천하제일군 미군처럼 예산이 빵빵하고 푸리-해서 본인에 맞는 개머리판이나 조준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은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줄여서 총포법)에 의거 총기에 사용되는 부품이나 조준기조차 구매·소지·사용이 불가능하기에… 저는 사격 훈련을 할 적마다 방탄 헬멧과 소총의 접용점에 고통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몇분짜리 사격동안 견디는 것이니 별 것은 아니지만, 사격훈련이 돌아올 때마다 항상 즐거우면서 빡치는 미묘한 감정이 솟는단 말이지요. 흐흠.

방탄헬멧은 민간에서도 구매나 사용이 가능하다던데, 옵스코어 패스트 스타일의 하이 컷 헬멧 방탄 모델을 하나 구해서 써야하나 싶기도 합니다.

11. 뭐 이러한 불편과는 별개로, 금번 사격 훈련은 굉장히 쾌적하고 안전했습니다.

우선 제가 복무한 부대의 실내사격장 뺨치는, 아니 더 좋은 실내사격장이 구비되어있었고, 예비역 사수들을 위한 방탄복들도 마련이 되어있었습니다. 플레이트 캐리어 비슷하게 머리 위에서 내려서 입는 게 아니라, 앞면에 위아래 방향의 지퍼가 있어 양쪽로 열어서 착용하는 물건이었죠. 듣기로는 구형이라던 거 같은데, 국군이 몇년 전부터 사용하는 픽셀 위장무늬 원단으로 만들어진 걸 보면 근래에 새로 만들어진 물건같기도 했습니다.

손으로 만져보니 소프트 아머인지 좀 물렁한 것도 같은데, 플레이트같은 걸 제대로 살펴보진 못했으니 이건 평가하지 못하겠고.

그리고 청력 보호를 위한 귀마개도 사로마다 전부 구비되어있었습니다. 이어플러그 방식이 아닌 헤드폰처럼 귀를 완전히 덮어 밀폐해버리는 이어머프 형식. 딱 하나 아쉬운 건, 이게 넥밴드가 아닌 헤드밴드 형태라는 점… 헤드밴드 형태의 헤드셋이나 이어머프는 국군식 방탄헬멧의 부유대와 병용하면 조오오오금 불편하죠.

뭐 착용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부유대와 헤드밴드가 서로 간섭해서 불쾌감이 유발되는 것이… 조금 아쉽다면 아쉽습니다만. 뭐 그래서 외국 제품처럼 젤 패드로 된 새로운 부유대를 개발하고 보급 예정으로 알고 있지요.

제가 뭐 돈 많은 소위 금수저라면 펠터 컴택이나 MSA 소딘같은 군용 헤드셋 겸 청력보호장비를 사서 넥밴드 형으로 쓰고 그랬을테지만, 애석하게도 무일푼이나 마찬가지인지라… 하하하.

시설 자체도 탄피 회수를 위한 간단한 철제 구조물이나, 안전용 고리, 표적지 이동 레일 등등 다 아주 잘 되어있더군요. 건축 쪽으로는 발가락 살짝 담궈보았을 뿐인 건축알못이긴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아주 훌륭했습니다.

거기다 사격 5발 모두 명중. 정확히는 탄착군의 기준이 되는 원 안에 전부 적중한 것이지만, 어쨌든 최고점. 헤헤헤헤.

사격 자세와 거총 자세에 대해 좀 생각해뒀던 걸 여기서 실험해봤는데, 잘 되더군요. 다음부터 이렇게 하면 되겠네.


뭐 소감문은 여기서 끝입니다. 더럽게 길죠?

저도 이렇게 길게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허헣헣. 어제 밤부터 스마트폰으로 1/3 쯤 쓰면서 1시간 30분 정도 쓰고, 오늘 2시간 정도 더 들여 완성했으니 엄청 오래 걸리긴 했군요.

솔직히 읽을 사람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일기 비슷하게 소감이나 생각을 정리해두려는 목적도 있으니까요. 누가 주의를 기울이거나 재미있게 읽어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좋겠습니다마는.

좌우지간, 진짜로 끝입니다.

덧글

  • 정호찬 2017/06/16 23:29 #

    웨어 뭐.....?

    아, 미군 예비군 다녀오셨군요! 역시 천조국이라서 스마트합니다!
  • 철갑탄 2017/06/17 08:47 #

    저어는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라 국군으로 병역을 수행했지 말입니다.

    국군이 이래저래 비판을 많이 받곤 합니다만, 그래도 알게 모르게 진보하고 있는 거져. 발전이나 개혁이라는 것은 속도보다는 방향성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 다문화거장 2017/06/17 08:03 #

    밀덕에게 예비군이란 2박3일 놀이공원 가는 일정과 같은 거군요
  • 철갑탄 2017/06/17 08:49 #

    밀덕도 다 그렇진 않을 겁니다. 결국 제가 별종이라는 결론이 되지요.

    사격만 왕창 시켜주면 지원 예비군으로 더 해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저의 낫-평범한 정체성을 깨달았지요.
  • 다문화거장 2017/06/17 10:10 #

    총기 연구 같은 직업은 없나요? 그 분야에서 빛을 발하실것 같은데..
  • 철갑탄 2017/06/17 20:26 #

    어, 아뇨. 칭찬은 감사하지만 저 스스로는 그런 정도의 수준이 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덕/업/일/치! 의 대업을 이룬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입니다마는, 그것을 얕보고 있지는 않거든요.

    제 이러저런 능력도 그렇고, 이 분야를 파면 팔 수록 저는 취미로 조금 건드는 수준 뿐이라는 걸 계속해서, 더욱 통감하고 있거든요. 어느 학문, 혹은 분야건 다 같겠지만 말입니다.

    간결히 말하자면, 전문직종이라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칭찬은 감사합니다. 헤헤. 저도 사람이라서.
  • 개발부장 2017/06/17 13:27 #

    허어... 링크 신고드립니다.
    예비군이 이렇게 변했군요. 첫 예비군 때 3월에 박격포 짊어지고 야간숙영과 행군을 시켜서 어라 듣던 거랑 다른데?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건만...
  • 철갑탄 2017/06/17 20:32 #

    엇… 일독과 관심 감사드립니다. 이글루스는 처음이나
    마찬가지라, 링크가 무언가 잠시 어리둥절했네요. 군의 비밀을 누설이라도 했나 싶어… 하하.

    물론 이 훈련 이야기는 저의 개인 경험, 따지자면 올해
    단 1일간의 훈련, 해당 사단과 해당 훈련장에 국한된 것 뿐이니, 이게 대한 향토예비군 전체의 일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건 과장이지요.

    하지만 누구에게도 자신있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대한 국군은 작게나마 진보하고 있다는 얘기죠.

    국군에 비판적인 사람이더라도 이게 좋은 방향이라는 것은 인정해주실테지요.

    잡론이 길었습니다만, 어우… 정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예비군 전우님- 어, 혹은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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